백교수의 FBI(Fashion Beauty Insight), 컬러 코스메틱 네이밍 트렌드

윤용현 기자 | 기사입력 2019/09/23 [11:07]

백교수의 FBI(Fashion Beauty Insight), 컬러 코스메틱 네이밍 트렌드

윤용현 기자 | 입력 : 2019/09/23 [11:07]

 네이밍의 중요성


[비티앤마이스뉴스] 우리는 이름을 부르면 자연스럽게 어떠한 사람이나 사물이 떠오르는 연상작용을 경험한다. 이름은 단순한 단어가 아니고 일차적인 정보와 여러 가지 시각영상들이 결합하여 총체적인 이미지로 우리의 마음속에 특정지어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름의 특성은 사람뿐 아니라 동•식물 나아가 사물에도 적용된다. 최근 스토리와 의미가 중요해지는 감성디자인 시대에 이름의 역할은 정체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것으로 변하고 있어 최근 브랜드나 제품이름에서도 전통적인 표현방식이 아닌 독특한 이름이 더욱 빈번하게 나타난다.

 

분식 프렌차이즈 스쿨푸드(school food)의 ‘어간장 육감쫄면’, ‘학교냉면’, 아이스크림 브랜드 베스킨라빈스의 ‘엄마는 외계인’, ‘이상한 나라의 솜사탕’, 수제화장품 브랜드 러쉬(Lush)의 ‘멜팅 마쉬멜로우 모먼트’, ‘플로팅 아일랜드’ 등 유쾌한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도록 의미전달에 중점을 둔 제품이름을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색조화장품에서도 나타난다. 색조화장품의 색이름은 색채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전달과 함께 이미지를 전달하는 쉽고 효과적인 매개체이기 때문에 색조화장품의 경우 다양한 색의 개발만큼 색이름 개발과 연구도 중요하다. 같은 색이더라도 색이름에 따라 색채의 전달뿐 아니라 색채의 이미지를 전달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색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는지에 따라 다양한 감성을 자극하여 색조화장품 색이름의 의미전달 비중이 점차 커진다고 할 수 있다.

 

네이밍 트렌드의 변화


색조화장품 시장에서 네이밍은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1960년대부터 2000년대 이후의 국내 화장품 광고에 나타난 네이밍의 변화 동향을 살펴보자.

 

1960년대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는 색이름은 거의 사용되지 않았고 있더라도 품목을 구분하는 정도에서 그쳤다. 이후 1970년대 후반에서야 색이름이 나타나는데 아래 그림에 있는 미보라 립스틱의 ‘6호 펄리 오렌지’. ‘18호 플레임 레드’, ‘27호 웜 오렌지’와 같은 색이름처럼 대부분 립스틱 품목에서만 나타났으며 립스틱의 색상과 색조, 질감을 함께 전달하고 있어 현재에도 많이 사용하는 표현형식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러한 색이름 특성은 립스틱 제품에 한해서만 나타났으며 립스틱 이외의 제품은 이전과 동일하게 품목만 구분하였다. 이후 1980년대까지도 6,70년대의 양상이 지속되었으나 아모레 나그랑 광고에서 나타난 ‘로맨틱 핑크’, ‘파스텔 핑크’, ‘판타지 핑크’와 같이 ‘로맨틱’, ‘환타지’와 같은 이미지를 설명하는 형용사들도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 여원 68년 5월호(왼/위), 여원 75년 4월호(오른/위), 여원 78년 4월호(왼/아래), 여성동아 84년 1월호(오른/아래)     ©


이러한 변화는 1990년대 제품의 콘셉트를 부각시켜 제품을 특성화하는 네이밍으로 발전하였다. 사례로 ‘라네즈 큐빅99’은 제품에 펄이 포함되어 있는 물질적 특징을 강조하여 ‘큐빅’이라는 단어를 추가하였고 이를 아이섀도, 립스틱, 네일 폴리쉬의 제품이름에 공통적으로 넣어 모두 펄이 함유되어 있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당시 펄과 글리터가 1990년대 유행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큐빅화이트’, ‘큐빅퍼플’ 등의 색이름은 색정보와 트렌드를 동시에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아이섀도에서도 색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이름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2000년대 들어서는 색의 요소별 특징을 표현하는 용어의 사용비중이 줄고 점차적으로 감성중심의 어휘들이 주를 이루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으며, 현재에는 많은 색조제품들이 감성 표현을 포함하는 색이름을 사용하는 추세에 있다.

▲ 라네즈큐빅 99(왼) 2000년대의 네이밍,더 페이스샵 립크레용(우)     ©


네이밍 역할의 변화


네이밍의 트렌드를 살펴보면 네이밍의 표현방식에 사용된 어휘의 개수와 의미의 폭이 점차적으로 확장되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네이밍은 초기에는 ‘1호’, ‘2호’와 같이 제품분류를 위한 계량적 표현만 사용하다가 이름의 일차적 기능인 색이름에 대한 단어가 추가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후 점차적으로 감성적인 어휘가 나타나면서 소비자가 제품을 감성적으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변화의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형용사의 사용이 ‘웜’, ‘로맨틱’처럼 단일 수식에서 ‘형광등 켜주는’, ‘그윽한 분위기’ 등처럼 복합 수식으로 범위가 넓어지고 전달하는 의미도 주관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네이밍의 역할이 제조자 입장에서 제품을 분류하기 위한 목적으로 색이름이 사용되기 시작했지만 소비자의 입장으로 관점이 전환되면서 색을 새롭게 인식하고 잘 기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개별적 해석여지를 부여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또 한가지의 변화는 립제품이 아이섀도보다 선행하여 색이름이 구체화와 감성화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립제품은 아이섀도나 네일 폴리쉬에 비해 활용 색영역이 좁아 제한된 색을 새롭게 표현하려고하는 욕구와 시도가 빨랐을 것으로 분석된다. 아이섀도는 계절이나 유행에 따라 전 색상계열을 폭넓게 활용하는데 비해 립스틱은 R(Red)을 중심으로 RP(Red Purple), YR(Yellow Red) 계열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이러한 색영역의 차이로 인해 색의 다양성이 제한되는데 반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제품을 출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독특한 색이름은 하나의 돌파구가 되지 않았을까?

지금까지 색조화장품광고를 통해서 네이밍의 트렌드와 변화를 살펴보았다. 최근 이처럼 감성색이름이 증가하는 이유는 두 가지 정도이다. 과거와 같이 색의 정보전달이나 제품의 구분을 위한 일차적인 기능에서 ‘의미’를 담은 복합적인 감성색이름의 비중이 높아진 것은 색이름의 역할 변화 때문이다.

 

의미 중심의 색이름은 색에서 느껴지는 직접적인 감각의 표현에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개념의 이름까지 생명력이 깃든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색과 사용자간의 공감대를 높여 제품과 소비자가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색이름은 브랜드 정체성 전달과 브랜드 이미지 형성의 주요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으며 나아가 브랜드 콘셉트와 같은 맥락을 유지하는 통합적인 색이름 전략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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