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교수의 FBI (Fashion Beauty Insight) ] 화장품 시장에서의 시니어 시프트(Senior Shift)

윤용현 기자 | 기사입력 2019/04/25 [15:42]

[ 백교수의 FBI (Fashion Beauty Insight) ] 화장품 시장에서의 시니어 시프트(Senior Shift)

윤용현 기자 | 입력 : 2019/04/25 [15:42]

 [비티앤마이스뉴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7년 뒤인 2026년이면 노인 인구가 1111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였다. 또한 그 속도는 더 빨라질 수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급속한 고령화는 인구변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이에 따른 변화가 사회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소비시장은 무게중심을 젊은 층에서 고령층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이렇게 고령층을 주요한 소비의 타겟층으로 인식하는 경제적 현상을'시니어 시프트(Senior Shift)'라고 한다. 많은 국내외 기업들은 시니어 층을 대상으로 한 제품, 서비스 등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건강용품과 위생용품 등 필수재에만 국한되어 있었다면 최근에는 화장품과 같은 소비재로도 확대되고 있다.
 
화장품 시장에서의 시니어시프트 사례를 살펴보면 먼저 고령층 모델의 기용이 눈에 띤다. 미국의 유명 화장품 브랜드 커버걸(Covergirl)은 2017년 9월에 69세의 메이 머스크(Maye Musk)를 공식모델로 선정함으로써 시니어 모델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였다. 그녀가 페이팔(Paypal), 테슬라 모터스의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어머니이기도 하지만 10~30대의 젊은 층이 주 고객인 커버걸의 역사상 최고령 모델로 발탁되어 세간의 이목을 모은 것이다.

 

시니어 모델의 단독 기용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글로벌 화장품 기업인 로레알(L'Oreal)은 2006년 다이안 키튼(Diane Keaton)을 시작으로 제인 폰다(Jane Fonda)를 시작으로 2014년 69세의 헬렌 미렌(Helen Mirren), 트위기(Twiggy), 수잔 서랜든(Susan Sarandon) 등을 지속적으로 모델 겸 홍보모델로 기용해 왔다. 로레알 파리 사장 시릴 차푸이(Cyril Chapuy)는 수잔 서랜든을 기용하면서 ‘수잔은 영화 아이콘이다. 강하고 카리스마 있으며 재능이 뛰어나다. 눈을 뗄 수 없이 매력적인 자아의식(sense of self)을 가지고 있다.

 

운동가로서 거침없는 활동과 매혹적인 영화 작품, 그녀가 가지고 있는 진정한 매력들이 여성들을 고무시키고 자신들의 신념을 믿고 따를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있다.’고 기용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처럼 로레알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다양성’과 ‘내면의 아름다움’의 가치를 지녔으면서도 왕성한 사회활동을 지속하는 시니어 모델 기용을 확장함으로써 시니어 뷰티 시장에서 한 발 앞서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니어 모델기용 뿐만 아니라 시니어 소비자의 니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브랜드들도 있다. 일본의 대표 글로벌 브랜드인 시세이도(Shiseido)는 노인 세대에 특화된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세련된 시니어 화장 문화 정착을 위한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운영도 병행하고 있다. 시세이도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화장요법프로그램은 전문아티스트의 지도아래 참가자 자신이 화장을 즐기면서 행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한 노인여성의 지속적인 화장활동은 단순히 화장교육을 통한 유희의 목적을 넘어서 생활의 질 향상 뿐 만 아니라 실제 건강지수 향상, 우울증 개선에 효과가 있어 간병 및 간호 비용 감소효과의 기대가 가능한 것으로 검증되었다.  또한 노안이나 백내장으로 시력이 저하되어 인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고령층들을 배려하여 화장품 용기의 개폐구를 검정색에서 붉은 색으로 변경하거나 제품 포장에도 큰 글씨로 표기하였다.

 

일본 브랜드 카오(Kao)는 칙칙한 노년층의 피부를 밝게 보이게 해주는 파운데이션을 개발하고 얼굴의 세부까지 잘 보이는 돋보기를 제품에 부착하여 사용성에도 신경을 썼다. 아이섀도 케이스 역시 안쪽에는 실물의 2배로 보이는 돋보기가 붙어있으며 케이스 측면에는 손이 건조해서 잘 미끄러진다는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요철을 추가하여 디자인하였다. 
 
‘노년은 아름답다’는 인식 제고를 위한 노력도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 뷰티잡지 ‘얼루어(allure)’는 2016년에 “우리는 더 이상 ‘안티에이징(Anti-aging·노화 방지)’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겠다”라고 발표했으며 얼루어의 편집장 미셸 리(Michelle Lee)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 문제는 오랫동안 생각해 온 것으로, 우리가 늙어가는 것은 축하받아야 마땅한 일”이라고 하며 이러한 결정은 노화를 방지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 아닌 노화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바탕으로 최근에는 노화를 막는 ‘안티에이징’보다 자연스럽게 나이 드는 것에 집중하는 추세이다. 아름다운 피부의 기준을 ‘나이’로 판단하는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피부’ 그 자체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진정한 아름다움 알리기에 동참하는 뷰티 브랜드들이 점차 늘고 있다.

 

SK-II는 ‘#I NEVER EXPIRE #나이에 유통기한은 없다’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는 나이뿐만 아니라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편견들과 마주하는 여성들을 위한 캠페인으로, ‘그 누구도 나이로 여성을 평가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도브(Dove)는 ‘리얼 뷰티 캠페인’을 통해 ‘진정한 아름다움’을 전하며 주름, 주근깨, 비만 등 아름다움에 대한 사회 통념에 도전하라는 메시지로 여성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었다.

 

‘안티에이징’이라는 단어 대신 다른 표현을 사용하는 화장품 브랜드들도 있다. 더모 코스메틱 브랜드 ‘비쉬(VICHY)’는 안티에이징 대신 ‘슬로우 에이지(Slow Age)’라는 표현을 쓰고, 도브는 중년 여성을 위한 탄력 관리 라인을 ‘프로에이지(pro·age)’라 칭했다. 로레알(L’Oreal)은 ‘에이지 퍼펙트(Age Perfect)’라는 표현과 함께 젊고 아름다운 모델 대신 주름과 백발을 가진 실버 모델을 브랜드의 얼굴로 내세워 ageless 마케팅을 꾸준히 지속해오고 있다.

 

미국 천연 오일 브랜드 에덴스 가든(Edens Garden) 역시 고객들이 나이를 먹는 것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안티에이징 대신 ‘안티 디파이(Anti-Defy)’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새로운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이것은 젊음에 대한 오랜 집착에서 벗어나고, 노화의 과정을 받아들이는 문화의 변화가 반영된  결과”라고 평하고 있다.
 
화장품 시장에서는 이처럼 시니어 모델 기용 뿐 만 아니라 피부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니어에 특화된 기능성 제품, 신체색을 고려한 색조제품, 사용감을 증진시키는 용기디자인 등 화장행위의 각 단계에서 요구되는 부분을 고령자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그에 따라 제품을 개발하고 더불어 화장에 대한 교육과 노인에 대한 인식 제고를 위한 노력도 함께 하고 있었다.

 

특히 시세이도의 화장교육프로그램과 같은 화장 서비스는 화장행위가 고령자의 정신 및 육체 건강 모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침을 검증함으로써 고령계층의 화장문화 확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부분이 돋보였다. 결국 이러한 고령자의 화장에 대한 인식전환을 위한 기업의 노력은 시니어층 시장의 안착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해외 글로벌 기업들이 초고령화에 대비하여 꾸준한 노력을 해오는 것에 비해 국내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고령자를 위한 제품은 기초화장품에만 머무르고 있으며 색조화장품은 전무하다. 그러나 현재의 대한민국은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르고 젊은층에서 퍼지는 노인 혐오의 속도는 더 빠른 것을 감안한다면, 시니어시프트에 대비해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노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전환을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된다.

 

<백경진 교수 프로필>

 

프랑스 파리 분장학교 Christian Cheauvau 졸업
연세대학교 대학원 생활디자인학과 디자인박사
 
성균관대, 건국대, 가천대 대학원 강의
유원대학교 뷰티케어학과 겸임교수
(현)정화예술대학교 미용예술학부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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